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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2020-09-06 06:03

56.근본악에 대한 인식의 승리--

과거 어떤 기간 동안 철저하게 악하고 타락한 인간에 관한 표상이 존재했다면 사실은 현명해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풍성한 수확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와 같은 표상은 그 반대의 표상과 마찬가지로 거짓이다.

그 표상들을 이해하고 넘어서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형이상학적 의미에서 죄는 없다는 것, 같은 의미로 미덕 역시 없다는 것, 윤리적 표상의 이러한 영역 전체가 끊임없이 동요한다는 것, 선과 악, 윤리적인 것과 비윤리적인 것에 관한 좀더 고상하고 같은 개념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사물에서부터 이 같은 인식 이상의 것을 얻고자 하지 않는 사람은 쉽게 영혼의 안정에 이르고, 기껏해야 무지로 인해 잘못하는 일은 있어도 욕망 때문에 잘못을 범하기는 어렵다. 욕망을 비방하고 뿌리째 뽑아버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가능한 한 잘 인식하고자 하는 유일한 목표는 그를 냉정하게 하고 그의 성향에 있는 모든 광포함을 진정시킬 것이다. 게다가 그는 고통스러운 많은 표상에서 벗어나, 지옥의 형벌, 죄악, 선에 대한 무능이라는 말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된다 : 그는 거기에서 잘못된 세계관과 인생관의 희미해져가는 그림자만을 인식할 뿐이다.


57.자기분할로서의 인간의 도덕--인간은 자신의 그 무엇을, 하나의 사상, 하나의 욕망, 하나의 작품 등을 자신의 다른 것보다 한층 더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존재를 분할해서 한쪽을 다른 한쪽의 희생으로 몰고 간다는 사실이 명확하지 않은가?

어떤 것에 대한 애착(소원, 충동, 욕망)은 앞서 말한 모든 경우에 존재하고 있다 : 애착을 가지는 것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비이기적”이지 않다. 도덕에서 인간은 자신을 분할할 수 없는 것 개체로서가 아니라 분할할 수 있는 것으로서 다룬다.



58.약속할 수 있는 것--행동은 약속할 수 있으나 감정은 약속할 수 없다 : 왜냐하면 감정은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을 사랑, 증오, 충실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은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은 약속할 수 있다 : 이런 행동은 대체로 사랑, 증오, 충실함의 결과이지만, 한편 다른 동기에서 나올 수도 있다 : 어떤 방법과 동기가 어떤 행동을 하도록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언제까지나 사랑하겠다는 약속은 : 내가 너를 사랑하는 한 나는 너에게 사랑의 행위를 입증할 것이다 :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게 도더라도, 다른 동기에 의해서일지라도 나는 똑같은 행동을 너에게 보여줄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변하지 않으며 언제까지나 똑같은 것이라고 하는 가상이 상대방의 머리 속에는 존속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가 자기기만 없이 누군가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할 경우, 그것은 사랑의 가상에 대한 외관상의 지속을 약속하는 것이다.



59.지성과 도덕--주어진 약속을 지키려면 좋은 기억력을 가져야 하고, 동정심을 가지려면 강력한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도덕은 지성의 우수함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60.복수하기를 원하는 것과 복수하는 것--복수심을 품는 것과 복수를 실행하는 것은 열병의 발작에 걸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지나가버린다 : 복수를 실행할 힘과 용기가 없는데도 복수심을 품는 것은 만성병, 육체와 영혼의 중독증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 의도만을 중시하는 도덕은 두 경우를 양이 같은 것으로 평가하고 전자를 나쁜 것으로 평가한다. 복수의 행동이 수반할지도 모르는 나쁜 결과 때문일 것이다.



61.기다릴 수 있다는 것--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것이어서 최고의 시인들도 기다릴 수 없음을 그들의 동기로 삼을 정도이다.

위대한 남자들의 삶에서 비극적인 것은 흔히 시대와 동시대인의 저속함과의 갈등이 아니라 자신들의 일을 한 해 두 해 미루는 무능력함에 있다 : 위대한 인간들은 기다릴 수가 없다.